핵심 요약: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멸종 위기 식물과 균류를 찾고 분류하는 데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표본 디지털화와 AI 분석이 보전 연구의 병목을 줄일 수 있지만, 데이터 편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한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멸종 위기 식물과 균류를 찾고 분류하는 새로운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식물 표본의 디지털화와 AI 분석을 결합하면, 현장에서만 가능했던 보전 작업의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슨 일이 있었나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RBG Kew)은 최근 보고서에서 AI와 디지털화 기술이 식물·균류 연구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AI가 현미경으로도 구분이 어려운 사초류나 이끼류를 빠르게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물·균류 표본을 디지털 형태로 축적하면 연구자가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비교·검증할 수 있어, 멸종 위기종 탐색과 분류 작업의 효율이 높아진다. 균류 연구에서도 AI와 유전체 분석 기술이 결합하면서, 오래된 표본에서 유전 정보를 추출해 보전과 의약 연구에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흐름은 구글이 AI를 활용해 멸종 위기종의 유전 정보를 보존하는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 구글은 앞서 여러 동물 종의 게놈 서열 분석을 지원했고, 더 많은 종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사례들은 AI가 생물다양성 보전의 보조 기술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왜 중요한가
멸종 위기 식물 보전은 단순한 종 목록 관리가 아니다. 식물과 균류는 생태계의 기반을 이루고, 토양·물·곤충·다른 동물군과 연결돼 있어 한 종의 소실이 연쇄적인 생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기록된 생물종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충분히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전 현장에서는 인력과 시간, 예산이 모두 부족해 특정 지역과 일부 종에만 연구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AI는 이 병목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표본 사진, 유전자 정보, 서식지 기록, 기후 데이터를 한데 묶어 분석하면, 사람의 눈으로 놓치기 쉬운 패턴을 더 빨리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멸종 위기 식물과 균류는 육안 식별이 어렵고, 채집 시기도 짧으며, 분포 정보가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이런 조건에서는 자동 분류와 대규모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춘 AI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전 과학이 ‘발견’ 단계에서 ‘대응’ 단계로 넘어가는 속도를 높인다는 점이 핵심이다.
쟁점
다만 AI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보고서는 AI 활용이 기존 데이터의 편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정 지역이나 잘 알려진 종의 데이터만 많이 쌓이면, 희귀종이나 덜 연구된 지역은 오히려 더 잘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
또 AI가 높은 정확도를 보여도, 최종 판단은 여전히 현장 조사와 전문가 검증이 필요하다. 식물·균류 보전은 서식지 상태, 계절 변화, 기후 변수, 인간 활동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모델 예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데이터 품질이 낮거나 표본이 오래됐을 경우 결과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
균류 분야의 경우에는 오래된 표본에서 유전체를 추출하는 기술이 새 가능성을 열고 있지만, 이는 동시에 표본 관리와 데이터 표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디지털화가 늘어날수록 자료는 풍부해지지만, 그만큼 검증 체계도 함께 정교해져야 한다.
다음에 볼 것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AI가 실제 보전 현장에서 얼마나 넓게 쓰일 수 있느냐다. 표본 데이터베이스 확충, 분류 모델의 정확도 개선, 서식지 예측 기술의 정교화가 이어질 경우 멸종 위기 식물 탐지와 보호 계획 수립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
또 하나는 데이터 공유 범위다. 보전 연구는 한 기관의 성과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대학·식물원·정부·국제기구가 데이터를 얼마나 개방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AI가 진짜 성과를 내려면 더 많은 종, 더 다양한 지역, 더 오래된 표본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자료가 필요하다.
결국 이번 흐름은 AI가 자연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관찰과 보전 노력을 더 넓고 빠르게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